행정사 제도의 핵심은 국민의 편익 증진에 있으나, 타 전문 자격사와의 업무 중첩 문제로 인해 그 취지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행정사법 제2조의 단서 조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범위의 제한 문제와 관련 법규, 판례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국민 중심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합리적인 역할 분담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행정사법 제2조는 행정사가 타인의 위임을 받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열거하면서,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된 업무'는 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다양한 국가자격사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업무 영역 중복과 분쟁을 방지하고, 각 자격사의 전문성을 보호하여 제도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집니다.
실제로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공인노무사 등 대부분의 전문 자격사 관련 법률은 해당 자격사가 아닌 사람이 관련 업무를 업으로 행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이는 일정한 자격과 수준을 갖춘 전문가에게 업무 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려는 자격사 제도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행정사의 업무 범위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변호사법이 규정하는 소송 및 행정심판 대리 행위, 법무사법에 따른 법원·검찰청 제출 서류 작성 업무, 공인노무사법의 노동 관계 업무, 세무사법의 세무 대리 업무 등은 행정사의 업무와 중첩되는 지점이 많아 해석상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사법부와 행정기관은 이러한 업무 제한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행정사가 형사 고소장을 작성하는 것은 법원 및 검찰청 관련 서류 작성에 해당하므로 법무사법 위반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1976. 1. 13. 선고 75도1301 판결). 헌법재판소 역시 행정사의 고소·고발장 작성 업무를 제한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 2000. 7. 20. 98헌마52 판결).
더 나아가 법제처는 2001년 유권해석을 통해, 행정사가 행정심판 청구서를 '작성'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청구를 '대리'하는 행위는 행정사법상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청구 등의 대리'에 행정심판 대리가 포함됨을 명시한 공인노무사법이나 세무사법과 달리 행정사법에는 그러한 명문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삼은 것입니다.
법제처의 이러한 해석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습니다. 과거 행정사가 수행하던 노무 행정 분야가 별도의 공인노무사 자격으로 분화되었고, 노무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이 인정된 입법 연혁을 고려할 때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또한, 대다수 국민이 인허가 신청부터 행정심판까지 행정사를 통해 일관된 서비스를 받아온 사회적 현실과도 동떨어진, 변호사 중심의 경직된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러한 법 집행은 국민 편익 증진이라는 대원칙보다 특정 자격사의 업무 독점 유지를 우선시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인허가 신청을 대리했던 행정사가 정작 해당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인 행정심판에서는 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서, 국민은 소송 전문가인 변호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불편과 비용 부담을 겪게 됩니다. 이는 행정 절차의 연속성을 단절시켜 신속한 권리 구제를 저해하고, 행정 서비스 분야의 건전한 경쟁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우리와 유사한 법체계를 가진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일본 역시 변호사의 법률사무 독점 원칙이 있지만, 우리처럼 모든 법률 서비스를 변호사에게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행정서사(行政書士)는 인허가 신청은 물론, 변호사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소액의 민사 분쟁 조정이나 고소·고발, 이혼·상속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법률 서비스까지 폭넓게 수행합니다. 이를 통해 변호사는 소송 등 고도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고, 행정서사는 생활 밀착형 법률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하는 효율적인 역할 분담 시스템이 정착되었습니다.
특히 일본 행정서사는 자신이 처리한 인허가 신청 사건과 관련하여 행정심판을 대리할 수 있어, 국민의 권익 구제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행정사법의 입법 취지는 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편리하게 행정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사가 전문성을 발휘하여 인허가 신청을 대리했다면, 그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등 소송 이전의 행정 쟁송 절차까지 일관되게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행정 절차 단계에서 분쟁이 해결되지 못할 경우에 비로소 사법 전문가인 변호사가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인정되어 모든 고소·고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행정사의 고소장 작성을 무조건 법무사법 위반으로 보는 과거의 형식 논리는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완 입법 등을 통해 자격사 간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하고 국민 편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